주의 만찬 때면 반드시 듣게 되는 말씀이 있습니다. “죄들의 사면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해 흘린 나의 피 곧 새 상속언약(new testament)의 피니라”, 마26:28 그 말씀 말입니다. 그때마다 ‘이 포도즙이 새 상속언약의 피를 상징하는 것이라면...옛 상속언약 또는 첫 상속언약은 뭐지...?’라는 생각을 하곤 했답니다. 그럴 때면, 언약(covenant) 그리고 상속언약(testament)에 대한 스스로의 부실한 개념 정립 상태로 인해 부끄러웠다고나 할까요. 그러던 중에 접한 ‘이스라엘 회복을 위한 새 언약의 위대한 예언과 성취’라는 제목의 목사님 설교 영상을 거듭 듣는 한편으로 관련 성경 구절들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름 깨달은 점들 그리고 일었던 여러 생각들을 정리해 봅니다. 1) 시내산에서의 ‘첫 언약’, 즉 구약이 바로 ‘첫 상속언약’이다 하나님께서는 시내산에서 이스라엘 백성(이하 ‘이스라엘’이라 함)과 첫 언약을 맺으셨습니다(출24). 제시하신 율법을 그들이 지키면 당신의 백성으로 삼아 이 땅에 속한 모든 복을 주시겠다는 내용의 조건부 언약이었죠. 일방적인 성격의 언약이지만, 이스라엘의 조건 수락에 의거하여 언약이 성립된 것입니다. 히9:18, 히9:20 말씀에서는 이 ‘첫 언약’, 즉 구약을 ‘첫 상속언약’이라 명기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뒤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첫 언약’은 옛것이 되어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이스라엘이 ‘첫 언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애끓는(렘31:20) 심정으로 징계는 하시되 당신의 백성을 결코 버리지 않으시려는(렘31:36-37) 하나님께서는 둘째 언약을 구하셨죠(히8:7). 그러니까, ‘첫 언약’은 백성들의 흠(히8:8)으로 인해 사라질(히8:13) 수밖에 없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결국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피 흘려 죽으심(이하 '십자가 수난'이라 함)을 통해 ‘첫 언약’에 따른 율법을 완전 성취(마5:17)하사 그 언약을 쇠하고 낡은 것(히8:13)으로 만드심으로써 ‘첫 언약’을 대체할 둘째 언약의 성립 근거를 마련하셨습니다.
3) ‘첫 언약’에 대한 대체 개념으로서의 둘째 언약이 ‘새 언약’이다 시내산에서의 그 ‘첫 언약’ 맺은 이스라엘에게서 흠을 발견하신 하나님께서는 말씀하셨죠. “보라 날들이 오리니 내가 이스라엘 집 및 유다 집과 ‘새 언약’을 맺으리라(렘31:31)”라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첫 언약’을 대체할 새로운 언약을 맺으시겠다는 거죠. 그런데, 그 언약 내용이 참으로 놀랍게도, “그 날들 이후에 내가 내 법을 이스라엘 집, 그들의 속중심부에 두고 그들의 마음속에 기록하여 --- 다시는 각각 자기 이웃과 각각 자기 형제를 가르쳐 이르기를, 주를 알라, 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그들 가운데 가장 작은 자부터 가장 큰 자까지 그들이 다 나를 알 것이기 때문이라. 내가 그들의 불법을 용서하고 다시는 그들의 죄를 기억하지 아니하리라(렘31:33-34)”라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그 날들 이후에 이스라엘에게 주어질 은혜...너무나도 큰 은혜의 언약 말씀이라 할 것입니다. 여기서 그 날들은 언제일까요? 예수님 재림하신 후 펼쳐질 천년왕국의 때입니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의 어떤 때인 거죠. 4)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은 '첫 언약'과 '새 상속언약'의 동시 성취라
한편,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은 다른 측면에서의 특별한 의미를 갖는바, ‘첫 언약’, 즉 ‘첫 상속언약’ 아래 있던 범법들이 그 피로 말미암아 구속(히9:15)된 결과, 부르심을 받은 자들(믿는 이스라엘 포함, 롬 8:28)에게 영원한 상속유업(inheritance)의 약속(히9:15)이 주어지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또 하나의 언약, 즉 ‘새 상속언약’(마26:28)의 성립 및 효력 발생으로 바로 이어지게 됩니다.
말하자면,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으로 인해 '첫 언약'은 제거(히10:9)된 반면 '새 상속언약'은 세워져(히10:9) 효력을 갖게 된 것입니다.
5) ‘새 상속언약’과 ‘새 언약’은 명백히 서로 다른 언약이다 마26:28 말씀의 그날 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아니 선언하신 ‘새 상속언약’, 그 내용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신 속죄의 피를 믿는 자들에게는 은혜로 죄들의 사면(롬3:25)을 비롯한 영원한 상속유업의 약속(히9:15)을 주시겠다는 내용의 은혜...역시 너무나도 큰 은혜의 언약 말씀이라 할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을 통해 ‘새 상속언약’은 바로 효력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 그분을 믿는 우리가 값없이 의롭다 인정받았음은 물론입니다. 그분의 그 일을 기리는 의미에서 ‘주의 만찬’을 시행하고 있죠. 이처럼, ‘새 상속언약’은 ‘첫 언약’에 대한 대체 개념으로서의 ‘새 언약’과는 언약의 적용 대상자들과 그 내용, 그리고 효력 발생의 때 측면에서 명백히 서로 다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6) 언약하는 자의 죽음을 필요로 하는 것은 상속 언약이다 역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은 '첫 언약'의 성취 행위로서, 그 언약 자체를 제거(히10:9)하는 효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런데 언약하는 자가 죽은 뒤에라야 효력 있는 언약은 ‘상속언약’(히9:17)이라는 성경 말씀에 따르면, ‘첫 언약’은 본질적으로 ‘상속언약’의 성격을 지닌 것입니다. 시내산에서의 그 ‘첫 언약’을 ‘첫 상속언약’이라고도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새 상속언약’(마 26:28)의 경우 애당초 ‘상속언약’으로 선언된 동시에 언약하는 자의 죽음이라는 효력 발생 조건 또한 정확히 충족하기에 논의의 대상 자체가 아닌 것입니다. 7) 언약, 상속언약, 새 언약 그리고 새 상속언약은 하나님 구속 사역의 일환이라 ‘새 언약’, ‘새 상속언약’ 등이 왜 생겨났을까, 어떤 일 때문에 생겨나게 되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결국...이들 언약은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한량없는 긍휼과 은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지더군요. 그러니까, 아무리 갇을리(godly)하게 살아봤자 도저히 구제 불능의 죄인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창조물, 즉 인간을 차마 버리지 못해 살려주시기 위한 거룩하신 하나님의 구속 사역...그것도...삼위일체 하나님께서 당신의 몸을 화해 헌물(롬3:25)로 삼아 행하시는 가히 초월적 차원의 구속 사역, 그 진행 과정에서 ‘첫 언약’, ‘새 상속언약’ 그리고 ‘새 언약’이 차례로 드러나 보인 결과...아닐까 싶더라는 거죠. 8) '새 상속언약' 아닌 ‘새 언약’의 피를 기릴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버린 성경들 바라보매 비교 목적으로 옆에 두고 있는 NIV 성경을 펼쳐 보았습니다. 마26:28 말씀의 경우 ‘언약의 피’(KJV : 새 상속언약의 피)로, 히9:15 말씀의 경우 ‘새 언약의 중보자’(KJV : 새 상속언약의 중재자)로 각각 기재되어 있군요. 게다가, 히9:16-17 말씀의 경우 상당히 황당한 단어, 즉 ‘유언(will)’(KJV : 상속언약(testament))으로 기재되어 있더군요.
그러니까, NIV 성경을 비롯한 현대역본 성경들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에 의거한 ‘새 상속언약’은 아예 사라져 버리고 없는 거죠. 천년왕국 때에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새 언약’을 미리 앞당겨 기리며 ‘주의 만찬’ 어쩌고 하자는 건지...
갈1:8 말씀, 즉 “하지만 우리나 혹은 하늘로부터 온 천사라도 우리가 너희에게 선포한 복음 외에 다른 어떤 복음을 너희에게 선포하면 그는 저주를 받을지어다”...그 말씀 떠오르매 착잡~한 심정에 잠겨 보았습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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